경복궁 서쪽에 위치한 서촌마을에는 북촌과는 다른 느낌의 길을 걸을 수 있는 곳입니다. 여전히 골목길에는 한옥들이 남아 있지만 큰길에는 한옥 찾아보기가 어려운 곳입니다. 하지만 여러 근대화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서촌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수성동 계곡에 금방 도착하여 맑은 물로 더위를 식혀 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한 곳이 이곳 서촌마을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시작해 골목골목 숨어 있는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볼까 합니다.
경복궁역 3번출구에서 시작해 통의동 백송/그라운드시소 서촌 을 지나 이상의 집, 대오서점, 박노수미술관과 윤동주 하숙집 터를 지나면 어느새 수성동 계곡에 도착하는 코스입니다. 대략 1.5Km 거리로 30분 정도의 시간이면 여유 있게 도달할 수 있네요.
▷ 통의동 백송 & 그라운드시소 서촌
[통의동 백송]
몇년전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라는 책을 읽고 이곳에 소개된 통의동 백송을 알게 되었습니다. 백송자체도 귀한 나무인데 그중에 가장 크고 아름다워 천연기념물 4호로 지정된 나무입니다. 하지만 600년이 넘은 이 나무가 허무하게 1990년 태풍으로 넘어진 이후 복원 노력을 하였으나 목재를 노린 사람들의 제초제 사건으로 완전히 고사한 나무입니다. 그 후 1993년 천연기념물은 해제되었지만 주변에 어린 백송을 심어 가꾸어 가고 있습니다.
이 백송 고사후 나이테를 보면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 하나는 일제강점기 기간 동안 성장이 거의 멈추다시피 했다고 하네요. 단순한 한그루의 나무가 아니라 우리 민족과 함께한 영물이었다는 느낌이 드는 통의동 백송입니다.
[그라운드시소 서촌]
백송뒤로 있는 건물이 그라운드시소라는 곳으로 다양한 전시가 이뤄지는 복합문화공간 입니다. 제가 방문한 시간이 이른 아침 시간이어서 입장은 할 수 없었지만 건물 1층은에 있는 작은 연못은 상시 오픈되어 있어 잠깐 들어가 보았습니다. 나무와 연못 그리고 건물일 잘 어울리는 곳이네요.
- 입장료 : 15,000원
- 관람시간 : 10시 ~ 19시
- 전시작품 : 문도 멘도 판타스틱 시티라이프
- 전시기간 : 2023.6.30 ~ 2023.12.3
- 휴관일 : 매월 첫 번째 월요일
▷ 이상의 집
서촌에는 다양한 근대 예술가들을 배출한 곳으로 그 시작은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작가인 이상과 관련된 장소입니다. 이곳은 이상이 3살부터 20년간 머물렀던 집터로 철거될 위기에서 '문화유산국민신탁'이라는 시민모금과 기업후원으로 매입하여 보전, 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른 시간에 방문하여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유리창 너머에 있는 이상의 반신상을 보며 다음에 다시 한번 찾아와야겠다 생각해 보게 되네요. (운영시간 : 10시 ~ 17시)
▷ 대오서점
이상의 집을 지나 박노수 미술관을 향해 걷다 보니 눈에 띄는 대오서점 이라는 오래된 간판이 걸려 있어 잠깐 서서 찾아보니 이곳 또한 여러 사연이 있는 장소였습니다. 최근 아이유 꽃갈피 앨범의 표지 촬영지로 유명해졌지만 실제로 1951년 문을연 이후 교과서나 참고서등의 헌책과 고물을 사고 팔며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중 한 곳입니다. 현재는 카페를 겸한 전시회, 공연 등을 함께하는 문화공간으로 운영 중인 장소라고 합니다.
▷ 박노수 미술관
1937년 지어진 가옥으로 한국화단의 거장인 박노수 화백이 40여년간 거주하면서 화백의 작품세계가 정원, 집구석구석 담겨 있는 곳으로 서촌마을의 랜드마크 중 한 곳이라고 하네요. 소장 중인 작품 500여 점을 이용하여 매년 기획전시가 개최되고 있으며 정원 음악회나 명사 특강등의 행사로 시민들에게 다양한 문화의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 관람시간 : 10시 ~ 18시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 입장료 : 어른(3,000원), 어린이(1,200원)
▷ 윤동주 하숙집 터
이 길에서 만난 마지막 예술인은 윤동주로 1941년 당시 연희전문학교 재학중이던 시절 존경하는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하숙생활을 한 곳이라고 합니다. 이 시기 '별 헤는 밤', '자화상'등의 대표작 다수가 쓰여졌다고 하네요. 집의 원형은 남아 있지 않고 이곳이 터였다는 동판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약 2Km 떨어진 부암동 근처에 윤동주 기념관이 있어 윤동주의 흔적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윤동주 하숙집 터를 지나 수성동 계곡으로 올라오는 길은 다양하고 이국적인 건물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서촌재라는 갤러리로 전통적이면서도 독특한 외관이 눈길을 사로 잡는것 같습니다.
서촌재를 지나면 전혀 한국적이지 않은, 오히려 외국의 어느 길거르를 걷는듯한 느낌을 주는 푸른 양귀비라는 카페입니다. 외관만으로도 충분히 눈길이 가는 곳이었는데 이 글 작성하면서 잠깐 찾아보니 박물관스러운 다양한 소품들과 실제 한쪽벽을 차지하는 암벽을 이용한 와인보관소 등으로 볼거리 많은 카페 라고 하네요.
▷ 수성동 계곡
30분 가량을 걸은 이후 더디어 목적지인 수성동 계곡에 도착했습니다. 물이 많지는 않았지만 깨끗한 계곡물이 흐르는 곳으로 뒤로 인왕산을 받치고 있어 어느 깊은 숲 속 계곡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었습니다. 수성동 계곡 입구가 종로 9번 마을버스 종점인것 같네요. 간식 들고 바로 수성동 계곡으로 오셔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 해 봤습니다.
왼쪽으로 조성된 산책길을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발 담그기 좋을 정도의 계곡과 바위가 펼쳐져 있어 많은 분들이 물소리 들으면서 쉬고 있네요.
중간에 정자도 있어 운치를 더하는것 같습니다.
정자를 지나 수성동 입구에서 100m 가량 올라가면 작은 다리가 나오는데 이 다리 옆에 모래와 얕은 물 웅덩이가 있어 어린아이들이 발 담그고 놀기 좋아 보였습니다.
수성동 계곡을 돌아 내려 오니 1971년 준공된 옥인시범아파트의 흔적이 남아 있네요. 인왕산 바로 밑에 308세대 규모로 지어진 아파트로 인왕산 자연을 훼손하며 난개발 한 아파트였지만 40년이 지난 2012년 철거하면서 이때의 오류를 반성하기 위해 7동 일부를 남겨 두었다고 하네요.
7월 여름 더운날씨를 피하기 위해 이른 시간에 걷다 보니 많은 장소들이 문을 닫아 외관만 구경하면서 올라왔네요. 물론 외관만으로도 재미있는 산책이었지만 글 적으면서 찾아보다 보니 실제 들어가 보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조금은 선선해지는 가을 어느 날 다시 방문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