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더 깊어가기 전 11월 초 서울 성곽길 4개 코스 중 첫 번째인 백악산 구간을 걷기 위해 집을 나서 봅니다. 2년 전쯤 성곽길 4개 코스를 완주할 때는 부암동에 있는 창의문에서 시작해서 숙정문을 거쳐 혜화문으로 걸어왔었는데 이번에는 반대인 혜화문에서 숙정문을 거쳐 창의문코스로 다녀왔습니다. 지도상으로는 4.5Km로 나오는데 실제 스마트워치로 측정한 길이는 약 5.5Km (2시간) 가량 걸은 것으로 나오네요.
▷ 혜화문 ~ 와룡공원
한성대입구역(4호선 5번출구)에서 약 200m 거리에 있는 혜화문의 성곽길에 있는 4개의 작은 문중 한 곳으로 일제강점기 시절 철거되었다가 1994년 본래의 위치에서 10m 옮겨진 현재의 위치로 복원된 문입니다. 지난 5월에 방문했을 때도 위 사진으로 가는 길은 이용이 가능했는데 이번에는 막혀있고 옆으로 난 길을 통해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혜화문에서 출발하여 성곽길을 가다 보면 주택가를 지나가도록 되어 있어 일부는 성곽이 보존되어 있고, 일부는 복원공사중이고, 일부는 손실되어 성곽길이 없는 구간이 있습니다. 복원공사는 2021년부터 시작하여 2023년 11월 24일까지로 마무리 단계인 것 같네요. 이 복원공사 구간이 옛 서울시장 공관(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내 카페가 있던 곳으로 날씨 좋은 날 성곽마당에서 차 한잔 하기 좋은 곳입니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한번 가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드디어 본격적인 성곽길이 이어져 있는 와룡공원 입구 쪽에 도착했네요. 이곳에서부터 와룡공원 정상까지는 성곽길 내부나 외부길 모두 이용이 가능하고 중간중간 출입이 가능한 작은 문들이 몇 개 설치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성곽 내부길을 이용해서 올라가 봅니다. 초입 부근에 단풍나무가 많이 있는데 단풍나무는 아직 본격적으로 물이 들지는 않았네요.
성곽과 그 너머에 있는 성북동의 오래된 북정마을도 곳곳이 물들어 가는 것 같네요.
와룡공원 중간쯤 올라가면 다시 한번 계단길이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가면 북정마을과 성곽 외부길로 가는 작은 문이 있고 왼쪽으로 가면 와룡공원 탐방로가 있어 산 능선을 따라 걸어갈 수 있는 길이 나 있습니다. 우리는 그림이 그려져 있는 계단길을 이용해서 올라가 봅니다.
와룡공원 정상부근에는 와룡정이라는 작은 정자와 주민 운동시설, 화장실등이 있습니다. 이곳을 분기점으로 해서 성곽 바깥길로 가면 숙정문과 성북동으로 넘어갈 수 있고 반대방향으로 가면 성균관대와 감사원, 삼청공원 방향으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 와룡공원 ~ 숙정문
저희는 와룡공원 정상부근에서 성곽 바깥길로 걸어가 봅니다. 성곽 아래에 있는 돌들은 오래전 돌인 것 같고 위에 있는 돌들은 새롭게 복원하면서 올려진 것 같네요.
성곽을 따라가다 보면 일부 구간은 위 사진과 같이 성곽과 떨어진 숲길을 지나가야 합니다.
위 사진과 같은 이정표에서 헛갈려하는 분들이 있는데 양쪽길 모두 숙정문으로 갈 수 있습니다. 왼쪽 계단길이 짧지만 계단이 많고 오른쪽 길이 약간 돌아서 올라가는 길로 조금만 올라가면 양쪽에서 만나도록 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오른쪽 길로 방향을 잡고 올라갔습니다.
중간에 작은 전망대가 있어서 성북동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네요.
[말바위 안내소]
2년 전 왔을 때는 이곳에서 출입증을 받아서 성곽길로 넘어갈 수 있었는데 이제는 특별한 통제 없이 입장할 수 있네요. 그리고 청와대를 지키는 군부대가 옮겨가면서 물 공급이 되지 않아 관광객은 생수 이용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양도성 스탬프투어를 하시는 분들은 이곳 말바위 안내소에서 숙정문 도장을 받아 가야 합니다. 4대 문의 도장을 모두 받으면 기념배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숙정문]
4대 문중에 북쪽에 위치한 숙정문입니다. 태종 때 풍수지리설을 근거로 오랜 시간 문을 닫아 두었다고 하네요.
- 1396년 (태조 5년) 준공
- 1976년 복원
- '인의예지(仁義禮智)'중 지(智)에 해당하는 문
(이름에 '지'가 들어가지 않음) - 현판은 박정희 대통령 글씨임
▷ 숙정문 ~ 청운대
숙정문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청운대와 백악산을 향해 열심히 걸어가 봅니다. 가는 길 중간쯤 백악 촛대바위라는 안내가 있어서 잠시 들러보았습니다. 유명한 동해 촛대바위와 비교하면 촛대 모양이라고 하기에는 좀애매하네요.
촛대바위에서 200m 정도 가다 보니 '백악 곡성'으로 가는 길이 있네요.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야 하기에 살짝 고민하다가 블로그에 남기기 위해 올라가 봅니다. (※ 곡성 : 성문을 밖으로 둘러 가려서 구부러지게 쌓은 성)
백악 곡성으로 올라오기가 살짝 귀찮았지만 올라오고 나서는 잘 올라왔다는 생각을 했네요. 백악 곡성을 전망대처럼 만들어 놔서 저 앞으로 청운대와 백악산으로난 성곽길이 한눈에 펼쳐져 있네요. 그리고 백악곡성을 넘어가면 북악팔각정으로 넘어가는 길이 이어져 있습니다.
백악산 왼쪽으로 경복궁과 광화문 그리고 멀리 남산타워가 한눈에 펼쳐지네요.
백악곡성을 지나 조금 더 가다 보면 넓은 쉼터가 나옵니다. 해가 잘 드는 곳이어서 인지 단풍이 예쁘게 물들어서 많은 이들이 추억 남기기 바쁘네요. 이곳에 간이 화장실이 있고 테이블도 여러 개 설치되어 있어 도시락 먹는 분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참고로 성곽길 코스는 음주가 금지된 곳이지만 음주를 즐기는 분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네요.
▷ 청운대 ~ 창의문
성곽길 코스 중 첫 번째 봉우리인 해발 293m 높이의 청운대 비석이 있네요. 이 비석에서 조금 가다 보니 각자성석(우) 이라는 축성과 관련된 기록을 새겨놓은 돌이 보이네요. 이러한 각자성석은 한양도성에 다양한 시기와 유형의 것이 280여 개 전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성곽길 다니면서 유심히 보다 보면 글씨가 새겨진 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각자성석을 지나면 1.21 북한 무장 간첩단 김신조 일당의 총격전의 흔적이 남은 소나무를 볼 수 있네요. 서울 한복판에서 분단의 아픔을 새삼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가다 보면 드디어 이 코스에서 가장 높은 백악산(해발 342m) 비석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백악산을 지나 내려오면서 성곽너머로 멀리 북한산 백운대 일대가 한눈에 펼쳐지는 것이 장관입니다.
백악산을 지나면 급격한 내리막이 이어집니다. 반대로 창의문에서 올라오는 분들에게는 마지막 깔딱 고개에 해당하는 구간입니다.
창의문에서 백악산 올라가는 길 중간에 있는 백악 쉼터로 이 쉼터를 기점으로 계단의 높이가 급격하게 높아지는 구간이기 때문에 올라가시는 분들은 충분히 쉬었다가 가시길 추천드립니다.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창의문에 도착했습니다. 이 창의문도 성곽길의 4개의 작은 문중 한 곳으로 북쪽에 있는 작은 문이라고 하여 북소문이라고도 불리는 문입니다.
[창의문]
- 보물 1881호
- 별칭 : 북소문, 자하문
- 1958년 보수공사 받은 것 외에 온전하게 유지
- 1.21 김신조 사태 때 총격전 장소
서울 한양도성 성곽길 1코스인 백악산 구간은 이번 혜화문에서 창의문으로 넘어오는 코스는 비교적 완만한 오르막이 거의 말미에 위치한 백악산까지 이어지고, 반대로 창의문에서 출발하는 코스는 초반 백악산 올라가는 길까지 짧지만 높은 계단을 올라가면 이후 60~70%는 완만한 내리막이 많은 구간입니다. 그래서인지 창의문에서 출발하는 분들이 몇 배는 많은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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