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2박 3일 짧은 여행기간 동안 여러 곳이 기억에 남아 있지만 도동항에서 시작하는 해안산책로(울릉 해담길)는 꽤 오랜 시간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 같은 곳입니다. 작년 말에 다녀온 철원 한탄강 물윗길(관련글 보기) 에서 느낀 것과 유사하게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웅장함과 절경을 볼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더운 여름 다녀왔기 때문에 첫날 저녁 먹고 해진후 가볍게 산책 삼아 걸어보자는 마음으로 갔다가 너무 마음에 들어 둘째 날 낮시간에 도동 여객선 터미널에서 행남등대까지 제법 먼 거리를 다녀왔네요.
저희는 1코스 시작지점인 도동여객선 터미널에서 출발해 통제구간까지 해안선을 따라 걷다가 다시 돌아와(지도상 : 현위치) 산을 하나 넘어 행남등대를 보고 2코스 길을 이용해 울릉군청으로 돌아왔습니다. 시간은 대략 2시간 30분 가량 걸렸는데 7월 말 더운 여름 낮은 산을 2~3개 정도 넘어가야 하는 길이기에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는데 중간중간 만나는 멋진 풍광은 잊을 수가 없네요.
▷ 도동 여객선 터미널 → 통제구간 (물골출렁다리)
도동항은 양쪽으로 산으로 둘러싸인 항구로 자연스럽게 방파제가 없는 오래전부터 항구로 이용된 곳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래서인지 도동항 쪽에 울릉군청과 울릉읍이 위치하게 된 것 같네요. 여기서 바라보면 왼쪽 여객선터미널 위로 올라가는 다리를 이용하면 울릉해담길로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른쪽 해안선도 눈에 보이는 지점까지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으니 가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여객터미널 옥상을 넘어가면 가까이 방파제를 지나 멀리 해안선 따라 조성된 길을 볼 수 있습니다.
조금 걷다 보면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멋진 풍광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오래전 미국 그랜드캐년 갔을 때, 가까이는 철원 한탄강 물윗길 다녀왔을 때의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경의로움을 오랜만에 다시 느낄수 있었습니다. 핸드폰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습니다.
10분 남짓 감탄하며 걷다 보니 해안선을 따라 계속 이어진 길과 산으로 올라가는 분기점이 나오네요. 일단 통제구간까지 가 보기로 하고 조금 더 걸어가 봅니다.
분기점을 지나니 이전과는 다르게 산책로 위로 바위가 위태위태해 보이네요. 얼핏 보면 돌이 아닌 흙에 돌이 일부 박혀 있는 것 같이 보입니다. 왠지 안전모를 쓰고 지나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낙석발생 빈번 구간으로 통제된 지점입니다. 이 길을 따라가면 저동항이나 등대도 훨씬 쉽게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쉬움을 남기고 발길을 돌려 봅니다.
▷ 통제구간 (물골출렁다리) → 행남등대
통제된 물골출렁다리에서 다시 분기점으로 돌아와 오르막 계단을 올라가 봅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네요. 더운 여름날씨였기에 괜히 올라왔나 후회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구간이었습니다.
오르막을 올라오다가 나무 사이로 보이는 도동항과 산책로 일대의 멋진 풍경은 힘듦을 잊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드디어 울릉해담길 1코스와 2코스가 만나는 지점까지 올라왔네요. 첫 번째 고비인 오르막은 모두 올라왔다는 안도감에 한숨 돌려 봅니다. 이제는 능선 따라 등대로 가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습니다.
분기점을 지나 이제는 바다는 보이지 않고 산속으로 걸어가는데 올라온 만큼 계속되는 계단이 이어져서 다시금 불안감이 몰려왔습니다. 우리는 다시 도동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다시 이 길을 올라가야 하는 것인가?'라는 불안감으로 이제라도 돌아갈까 많은 고민을 하면서 내려왔네요.
거의 다 내려왔다 싶은 지점에 지도에도 나와있는 철수네 쉼터 가는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길이 갈라져 있었습니다. 잠깐 고민하다가 철수네쉼터 방향으로 내려갔는데 잘못된 선택이었습니다. (위사진 지점에서 왼쪽 길로 가야 합니다. )
네이버 지도 어플을 켜두고 갔는데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 눈앞에 보이는 철수네 쉼터에 들어가 길을 물어 보면서 호박식혜 한잔으로 한숨 쉬어 갔네요. 예전에는 철수네쉼터 주변으로 작은 마을이 형성된 흔적도 보이는데 지금은 이 쉼터 한집만이 홀로 남아 여행객들 맞이해 주는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낙석으로 통제되면서 이 길을 찾는 사람들도 많이 줄어든 건 같았네요.
그래도 다행히 철수네 쉼터에서 약간 돌아 나오니 등대로 연결된 길을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울릉도에서 처음 만나는 흑염소 가족입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주 보았던 풍경을 울릉도에서 오랜만에 보게 되네요. 어미에게만 목줄을 해 두면 흩어지지 않고 모여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등대 건물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지점에 생각지도 않은 훌륭한 전망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해안산책로에서 산길로 접어들고 나서 바다가 보일 것이라고 생각 못한 지점에 이러한 뷰를 볼 줄 몰랐네요. 양쪽 봉우리 사이로 보이는 저동항과 바닥이 보일 정도의 맑은 물은 깜짝 선물 같은 곳이었습니다. 이 풍경 하나로 등대를 걸어온 보람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드디어 행남등대로 들어왔는데 건물내부로는 들어갈 수 없고 건물뒤로 이어진 전망대만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걸어왔는데 작은 공간이라도 돌아볼 수 있는 전시 시설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전망대 바로직전에 스탬프함도 있네요.
행남등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저동항 일대 풍경입니다. 이곳도 멋졌지만 조금 전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바라본 전망대의 풍경이 훨씬 더 큰 감동을 주었던 것 같네요.
▷ 행남등대 → 울릉군청(2코스 시종점)
행남등대에 도착해서 시간을 보니 4시 10분경으로 도동항 인근 이사부초밥 예약시간이 1시간 20분 남아 있어서 조금은 서둘러서 도동으로 돌아갔습니다.
다시 오르막을 올라 돌아온 길을 가기 싫은 마음에 저동항으로 갈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도동으로 돌아가는 교통편과 저녁 시간등이 애매할 것 같아 숙소와 가까운 울릉군청으로 연결된 2코스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날씨도 덥고 생각보다 많이 걸어 지쳐있다 보니 2코스길도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습니다. 경사도 제법 있어서 마지막에는 살짝 힘에 부치기 시작하네요.
드디어 울릉군청 인근 해담길 2 코스 시종점으로 내려오니 행남등대까지 1950m 라는 안내판이 반겨 주네요. 이 위치에서 숙소는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서둘러 샤워하고 시간에 맞춰 예약된 이사부초밥(※ 관련글 보기) 으로 가서 맛있는 저녁을 먹었네요.
▷ 해안산책로 저녁 풍경
첫날 저녁을 먹고 산책 삼아 잠깐 돌아본 해안산책로입니다. 산책로 중간중간 조명이 잘되어 있어 낮과는 또 다른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저녁시간 잠깐 돌아본 산책로가 너무 멋져서 다음날 한여름 너무 무리하게 걷게 되었네요. 그래도 한동안 기억에 남을 울릉도 트레킹이었습니다.
울릉도 가시는 분들은 짧은 구간이라도 꼭 걸어 보시면 좋겠네요.
오늘도 맛이 웃을 수 있는 하루 보내세요 : )